지난 9월 한국을 찾은 롤스로이스 동남아시아, 태평양 및 한국 사장 비키 반구 박사(45·사진)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셰필드 대학에서 제어시스템 석사를 비롯, 첨단 머신 및 드라이브 박사학위와 기술경영 MBA를 취득했다. 현재 싱가포르 경영자 총협회 부회장이자 말레이시아 첨단기술진흥원 이사로 활동하며 영국 공학 기술 연구소의 이사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롤스로이스 입사는 2007년이며 2017년 4월부터 현 직책과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세 가지 핵심사업에 ‘친환경’ 입힌다
비키 반구 사장에 따르면 롤스로이스의 핵심 사업부문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로는 민간항공부문으로 지난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2%에 달한다. 두 번째는 28%를 차지한 방위산업으로 100여개 국가와 거래를 하고 있으며 주로 전투기와 헬리콥터의 동력을 책임지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22%의 파워시스템이다. 디젤엔진은 2만개가 쓰이며 하이브리드 시스템 등을 통해 군함이나 마이크로그리드 등에 활용된다.
그는 “세 개의 사업 모두 동력 출력을 제공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며 “대부분 B2B(기업간거래) 사업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일반인이 우리 기술을 사용하는 최종 소비자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롤스로이스는 회사의 세 가지 사업영역에서 모두 ‘탄소 중립’을 추구하고 있다. 가장 먼저 추진하는 친환경 사업은 ‘친환경 연료’다.
비키 반구 사장은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연료(케로신 기반 항공유)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항공업 전체에서 2%가량인데 그 중 롤스로이스는 0.6%를 차지한다”며 “SAF(지속가능한항공연료)를 통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셸 등 정유사와 손잡고 실제 항공기 엔진에 적용하기 위해 테스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 단계에서는 기존 연료에 SAF를 일정 비율로 섞어 사용하게 되며 앞으로 SAF만을 사용하기 위해서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SAF는 아직 생산량 자체가 적기 때문에 기존 연료를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며 2050년이면 5억톤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궁극적으로 탄소 배출량 자체를 없애기 위해 노력 중이고 곧 운항에 투입될 신형 엔진인 울트라팬은 1세대 트렌트 엔진보다 25% 효율이 좋다”며 “울트라팬 플랫폼은 다양한 출력에 대응토록 설계돼 광동체와 협동체 기종 모두에 적용 가능한 것도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최신 엔진을 통해 소형기종과 중대형기종 모두의 연료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비행기를 직접 운용하는 항공사 입장에선 항공기 효율을 높이고 운항 시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들여야 하는 비용도 무시할 순 없다. 새로운 연료에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업데이트 하거나 신형 엔진으로 교체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어서다.
이에 비키 반구 사장은 “현재 운항 중인 1만1800개 엔진은 정기적인 스케줄에 따라 롤스로이스의 MRO(항공기정비시설)에 와서 점검을 받게 된다”며 “이때 조정을 거쳐서 SAF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며 항공사의 추가 부담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2023년까지 전체의 2/3이상이 SAF를 사용 가능하도록 할 것인 만큼 항공기 엔진에서 롤스로이스 로고를 본다면 친환경 비행기를 타고 있다고 생각해도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비키 반구 롤스로이스 동남아시아_태평양 및 한국 사장 약력]
전기에 눈독 들이는 롤스로이스
그는 전기동력화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전동화와 관련해서는 완전히 전기화를 통해 직접 추진력을 얻는 방법과 엔진이 만들어낸 전기를 활용하는 방법(하이브리드)이 있다”며 “아직까지는 순수 전기만으로는 4명의 탑승객만을 태우고 짧은 거리를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방식이 단거리와 장거리 모두 용이한 만큼 이 기술에 우선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SAF와 함께 활용할 경우 소형기와 중형기 모두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가 언급한 전기동력화는 앞으로 헬리콥터를 넘어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롤스로이스는 마이크로그리드(SMR)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로그리드는 기존 발전 시스템과 달리 일정한 지역에서 전력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소규모 전력망을 뜻하며 다양한 대체에너지원과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합쳐진 방식이다.
그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동력을 얻는 방식은 한국은 물론 인도네시아와 호주에서도 성장성이 크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한국은 훌륭한 파트너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세계 각국이 문을 걸어잠그며 하늘길이 막혔고 전 세계 항공업이 동반 위기에 빠진 탓이다. 이런 이유로 전동화와 마이크로그리드 등 미래를 위한 준비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비키 반구 사장은 한국시장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롤스로이스와 한국의 관계는 60여년이나 되는 만큼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롤스로이스는 한국에서 서울, 부산, 창원에 기반을 두고 있고 아시아나항공과 에어프레미아에 가스터빈 엔진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긴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현대일렉트릭, 두산, 대우조선해양, 한진, 현대중공업 특수선 사업본부, 강남 등 많은 공급업체와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한국시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2021년 10월5일 머니S]